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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담다/문화를즐기고

[태교여행/오키나와] 누구를 위한 태교여행인가




그래요, 저는 라온팩토리에 유일무이한 유부남입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라는 이야기이지요.


격무에 시달리고, 늘 피곤한 저에게는 마음에 한가지 큰 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와이파이님과의 약속이었는데요.



"태교여행"



태교여행이라고 들어는 보셨나요? 저는 처음 태교여행을 가자는 제안을하는 와이파이님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아기는 분명 뱃속에 있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태교여행이야?"


듣기싫어



라는 순수한 질문을 생각없이 던졌다가 와이파이님과 약 6시간 단절의 시간을 겪으며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답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저는 명석한 판단력으로 마치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처럼, 아내에게 태교여행을 가자고 제안하게 됩니다. 



(α+β)결혼+αβ=임신 ax2+b태교여행+c=파경 (ac≠0)



우여곡절 끝에 오키나와로 태교여행을 결정한 저는 일단 회사 모팀장님께 사태의 심각성을 호소하며 급하게 휴가를 잡게 됩니다.  


심지어 법인카드 찬스까지. 태교여행도 가는데 여행가서 와이파이님과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며 내어 준 법 to the 카.


그렇게 여행 출발 바로 전날까지 야근에 시달리고, 새벽 리무진 버스로 인천국제공항으로 갔지요. 


인천공항에서 항공권 티켓을 교환하고나니, "패스트트랙 패스"라는 것을 주더군요. 이 카드를 소지하면 출국장에 입장할 때 조금 더 빠르고 편하게 옆문으로 통과할 수 있습니다. 



임신한 와이파이님 덕분에 신세경을 맛보아요



신혼여행 이후 오랜만에 보는 "패스트트랙 패스"를 받아쥐고 일단 아침식사를 하러 갑니다. 





인천국제공항의 명소 "비비고"에 가서 한동안 맛보지 못할 것만 같은 고국의 맛을 음미해봅니다. 





태교여행이라는 취지에 맞게 아기를 위한 용품도 면세점에서 구입해봤습니다. Grohush라는 제품인데 이 제품을 우는 아기의 귀에 가져다 대면 백색소음이 흘러나와 아기가 잠잠해진다는 전설이 있대요.





비행기를 기다리며 뭔지 모르는 속에 치즈 들어 있는 빵도 먹었습니다. 

와이파이님은 계속 먹습니다. 먹고 먹고 또 먹고..



못난 남편을 둔 와이파이에게 정말 미안하다!



네, 저의 사랑하는 와이파이님이십니다. 미인이죠.

출발할 때 잠깐 사진 찍고, 문득 잠에서 깨어보니 오키나와였어요.


오키나와에서 만난 부부여서 그런지, 익숙한 오키나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셔틀버스를 타고 도요타 렌트카 센터로 이동합니다. 





렌트카를 받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어슬렁 어슬렁 거렸습니다. 한국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이번 여행에는 중국사람이 대부분이네요. 아주 시끄러워 죽겠습니다. 





렌트카 수속을 기다리며 자꾸 자꾸 사진을 찍어댑니다. 와이파이님이 그나마 정상적으로 나왔네요.





성수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이 꽤나 많습니다. 보통 여행 출발하면서 눈에 익은 사람들은 여행 중에도, 귀국할 때도 다시 보게 되는데 왠지 한국으로 돌아갈 때 쯤이면 정이 들어버릴지도 몰라요.


"오마타세시마시타 칸욘소 사마~ 칸욘소 사마"


예약했던 차량이 준비되었나보네요. 차량을 받으러 갑니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아쿠아입니다. 일본차량들은 왠 스티커가 이렇게 많이 붙어 있는지 모르겠어요. 외국인이 타고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말도 써있군요.





차량의 흠집유무를 체크합니다. 차량에 초보운전 딱지가 붙어있습니다. 뭐 어떤가요, 우핸들 차량은 오랜만에 운전하는 거니까 괜찮습니다 :-)





오키나와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렌터카를 예약할 때 미리 한국어 네비게이션 차량을 선택하면 한국어로 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특이한 안내 목소리의 네비게이션이 장착된 차량을 출고해줍니다. 





오키나와에서 목적지로 설정을 하려면 전화번호나 해당지역의 맵코드를 입력하면 됩니다. 일단 와이파이님의 컨디션도 있고 하니 오늘의 숙소인 닛코 아리비라(Nikko Alivila Resort)로 향했습니다. 닛코 라이비라의 전화번호는 098-982-911이고 중부의 요미탄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달리다보니 아메리칸 빌리지를 지나가는 길이길래 오키나와에 가면 항상 가는 구루메회전초밥시장에 들렀습니다.

맵코드는 33526400*22입니다. 특별할 건 없는 그냥 회전초밥집입니다. 








구루메스시집 앞 넓은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그 유명한 관람차가 애매한 각도로 보입니다. 예전에 조인성이랑 공효진이 나왔던 드라마에 등장했었다고 해요. 저는 그 드라마를 안봐서 얘기해도 잘 모릅니다.





먹고, 먹고, 먹고


스시가 계속 나오지요. 까만접시 110엔, 파랑접시 140엔, 노랑접시 180엔, 하얀접시 210엔, 녹색접시 270엔, 빨강접시 360엔입니다. 빨강접시만 계속 먹으면 탈탈 털려요.



좀업원 호출



최첨단 시스템으로 주문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메뉴번역을 누가 했는지 오탈자가 너무 많이 보여서 눈에 거슬렸어요.





와이파이님과 초밥을 엄청 많이 먹고 계산을 하고 나와서는 바로 리조트로 향했습니다. 임산부는 너무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힘드니까요. 한참 중부의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리조트에 도착했습니다. 





방이 좋네요. 룸컨디션도 좋고, 고급집니다. 





구석구석 사진을 많이 촬영했으나 귀찮은 관계로 





창 밖을 보니 절경이네요. 이 리조트에서는 결혼식을 하는 커플들도 많다고 해요. 

구석 구석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습니다. 





저 교회같이 생긴 곳에서 결혼식도 하고 사진 촬영도 하고 한다고 해요.





프라이빗 비치가 리조트 수영장과 연결되어 있는데, 고즈넉하면서도 깨끗하고 참 좋았습니다. 





하늘도 예쁘고, 바다도 예쁘고, 비키니도 예ㅃ.. 아.. 아닙니다. 





모래사장에는 산호조각들이 많이 떨어져있었는데, 하트 모양 산호조각을 와이파이님께 바쳤습니다. 

사랑한다고.





역시 여자는 잘해주면 끝이 없어요. 계속 주어달랍니다. 계속 주어줍니다.. 

산호 줍는거 이제 조금 질립니다. 그만하자.





리조트 옆 잔디밭에는 해먹이 있습니다. 향기가 매우 좋은 오키나와 꽃을 한송이 손에 들고 와이파이님은 행복하답니다. 

와이파이님이 행복하다고 하니까 저도 행복합니다. 그렇게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배가 고파졌습니다. 


숙소에 들어가서 인근 식당을 검색해보니, 최소 40분은 나가야 먹을만한 곳이 있더군요. 그냥 리조트 안의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기로 하고 내려갔습니다.



두당 5,000엔씩 내고 가라



값.비.쌈


(α+β)중국집+αβ=딤섬 ax2+b값비쌈+c=법인카드 (ac≠0)



유.레.카

빠른 두뇌회전으로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친것마냥 법카찬스를 생각해냅니다.



너네 회사 괜찮은 구석도 있다잉?



유난히 와이파이님의 미소가 환하네요.





먹고





먹고





먹고





먹었죠.


서빙해주시는 분께서 친절하게 어떤 요리이고 재료는 뭐고 자세하게 설명해줘서 더 맛있게 먹은 저녁식사였습니다.

그때 언듯 들었는데 이시가키라는 섬에서 키운 소고기가 오키나와에서는 조금 알아주는 모양이었어요.








디저트까지 싹 해치우고, 리조트 안에 있는 동굴속 이자카야에 들렀습니다.

라이브로 노래도 불러주고 신청곡도 불러줍니다.





샤미센을 연주하며 오키나와 민요 특유의 간드러진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데, 아는 노래도 꽤나 불러주고 좋았습니다.

특히 유명한 "눈물이 주룩주룩"이라는 노래를 부를때는 저도 모르게 흥얼흥얼 따라부르고 있었습니다. 





오키나와에 가면 꼭 먹어본다는 '우미부도' 샐러드입니다. 

우미부도는 바다에서 나는 포도라는 뜻인데, 아무래도 생긴 모양이 포도같아 보여서 그런 듯 해요.

그러나 우미부도는 해초랍니다. 우미부도와 고야(우리말로 여주)가 사각사각 톡톡 씹혀서 식감도 좋고 맛도 좋았어요.





와이파이님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새초롬한 표정을 지어주셨습니다.





이자카야 사장님이 사진도 찍어주셨어요. 아기 출산도 축하한다고 하면서 건강하라는 덕담까지!

이 곳에서 오리온 맥주를 들이키고 아내는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즐기다가 너무 늦지 않게 숙소에 들어가 자려고 

자리를 나섰습니다.




오키나와에서의 밤이 이렇게 깊어가고, 저희는 신혼부부이니 만큼 알콩달콩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태교여행의 첫날을 보냈습니다. 




- 다음편에 계속 -